올시즌 3관왕을 노리던 두팀이 컵대회 4강전에서 만났다. 이미 1차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바가 있는 서울은 원정 다득점 등의 규정이 없는 K리그 컵대회 규저에 따라 스코어에 상관없이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최근 K리그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두 팀이었고 둘 다 올시즌 3관왕을 노리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준결승이라는 물러설 수 없는 배경은 이 경기를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 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생방송 중계는 없었고 밤 11시의 녹화방송 경기를 관람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방송사가 밉다 ㅜㅜ)
서울은 원정경기이기도 하였고, 비기기만 하여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였던 터라 3-5-2 라는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으며, 이 전술은 전반 내내 포항의 강력한 공격을 그럭저럭 무난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많은 공격기회를 갖지 못했던 서울은 기성용의 반박자 빠른 논스톱 중거리 슛으로 1-0 으로 포항을 앞선채 전반전을 종료하였다.
이날 경기에 대해 귀네슈 감독뿐 아니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심판의 판정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전체적으로 주심의 경기진행은 매끄러웠으며 판정에 큰 문제는 없었다. 옐로우카드를 너무 남발하지 않았냐는 반론을 들 수 있으나 이점도 양팀의 자존심을 건 경기였다는 점에서 자칫 경기가 과열될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작정하고 경기에 나섰던 것이 아니었나 한다.
다만, 전반전에 박용호가 데닐손에게 태클을 하여 공을 따냈던 장면에서 경고를 줬던 것은 명백한 오심이었다. 박용호의 태클은 비록 깊게 들어가기는 했으나, 정확하게 공을 보고 들어간, 그리고 공을 먼저 터치한 매우 멋진 태클 이었다. 그런데 주심은 여기서 휘슬을 불었고 이때 옆에 있던 기성용이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표현했던 모양이었다. 기성용과 박용호는 동시에 옐로우 카드를 받았고 이때부터 서울 선수들은 주심의 판정에 극도로 예민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시점에서 승부는 결정났다고 본다.
서울의 약점으로 많은 사람들은 수비의 뒷공간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뒷공간 보다는 멘탈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된 스쿼드에 중심을 잡아줄 만한 고참 선수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내 생각엔 코치진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귀네슈 감독은 전술을 짜고 선수를 조련하는데에는 최고의 명장다운 모습을 보이지만, 젊은 선수들의 멘탈을 강하게 하기에는 오늘의 저주에 가까운 경기평에서도 보듯 스스로의 분노조차 조절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듣보잡(?) K리그 사령탑을 맡은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그 지위에 맞는 대접을 하지 않아 자존심에 상처입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평상심을 유지하여 선수들을 다독거려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위치라는 점을 귀네슈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서울은 전반전이 끝나고 락커룸에서 분명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잡아줬어야 했을 상황인데,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건은 후반전 김치곤의 격한 항의로 인해 폭발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김치곤은 주장 자격이 없다. 그라운드위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냉정해야 할 선수가 주장 아닌가.
답답한 마음에 잠깐 딴이야기 좀 하자. 서울의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김치곤과 김진규는 도저히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내가 본 서울의 경기에서 항상 김치곤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 아닌 적이 없으며, 김진규는 금방이라도 눈에서 레이저가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두 선수 모두 이날도 별것도 아닌 주심의 휘슬에 주장은 주심한테 달려나가고, 또 한명의 센터백은 공을 집어던지는 일을 벌여 경기 패배의 주역이 되는걸 마다하지 않았다.
현대축구에서 센터백은 가장 많은 몸싸움과 거친 파울이 난무하는 경기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중 하나이기에 다른 어느 포지션보다 옐로우카드를 받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의 김치곤-김진규 센터백은 볼때마다 폭탄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조마조마 하다.
어찌되었건 오늘 서울이 받은 8장의 경고 중에서 플레이 중 거친 반칙으로 인해서 받은 경고는 몇장이나 되는가 ? 거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대부분의 경고는 주심의 휘슬 이후에 서울 선수들의 거친 입담이나 항의 등으로 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축구경기에서 심판에게 항의한다고 판정이 번복된 경기를 본 적은 없으며, 심판의 오심역시 경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서울과 포항의 대결은 올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 한경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전(두팀다 8강에서 올라간다면), 그리고 K리그 플레이오프 결승 쯤에서 다시 맞붙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의 경기에서는 서울 선수들이 좀더 냉정하고 의연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또한 그 경기들을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되기를 또한 간절히 희망한다.
번외로 오늘 경기의 관전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 노병준의 헤드트릭
- 데닐손과 유창현의 과감한 교체를 단행한 파리야스의 용병술
- 기성용의 논스톱 발리슛과 이승렬의 감각적인 로빙슛
- 정조국의 끝을 알 수 없는 삽질
- 아무래도 질풍노도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이는 김치곤과 김진규
- 김치우의 박치기
- 귀네슈의 경기후 인터뷰
서울의 거친 항의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역시나 기대만큼 재밌는 경기였다.
[포항-서울] 경기 하이라이트 에서 10분짜리 동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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